메커니즘 — 임대료를 내리면 건물값이 떨어집니다
한국 상가 매매가는 임대료를 수익환원율(cap rate)로 나눠서 정해집니다
→월세 300만원(연 3,600만원)을 4% 캡레이트로 환산하면 건물가치는 9억원입니다
→같은 건물을 월세 250만원으로 낮추면 건물가치는 7.5억원까지 떨어집니다
→공실을 몇 달 더 버티는 손해보다, 건물 자체 가치가 1.5억원 깎이는 손해가 훨씬 큽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을 견디는 쪽이 합리적 선택이 됩니다.
월세 300만원 시 건물가치 (cap rate 4%)
9억원
월세 250만원으로 낮추면
7.5억원
건물가치 -1.5억원
상가임대차보호법 갱신권
10년
한 번 낮춰 계약하면 최대 10년 그 근처에 묶임
출처: 다음뉴스(2025.12) 상가 임대료·매매가 연동 구조 분석 보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도 역설적으로 이 경직성을 강화합니다
→한 번 낮은 임대료로 계약하면 세입자에게 10년 갱신권과 연 5% 인상 상한이 붙습니다
→나중에 시장이 회복돼도 그 낮은 가격 근처에 최대 10년 묶인다는 뜻이라, 건물주는 처음부터 낮게 계약하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립니다. 게다가 한 곳의 임대료를 낮추면 인근 시세 전체의 기준점(평가액)이 같이 낮아지므로, 개별 양보를 더더욱 피하게 됩니다.
경리단길 — 이미 무너진 사례
외부 자본 유입 → 임대료 급등 → 원래 상인 이탈 → 공실·슬럼화, 경리단길이 정확히 이 경로를 밟았습니다
→"빈 상가는 늘어나는데 임대료는 안 떨어진다"는 표현이 그대로 언론 헤드라인이 됐습니다. 이태원 상권(경리단길 포함)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서울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뒤로도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태원 상권(경리단길 포함) 중대형 상가 공실률
21.6%
서울 최고 수준
출처: 투데이신문·클리앙 커뮤니티 집계 보도(최근 분기 기준)
성수동 — 지금 그 사이클의 정점
젠트리피케이션의 중심이 경리단길에서 성수동으로 완전히 옮겨갔습니다
→팝업스토어 단기임대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데, 팝업스토어는 계약 자체가 단기라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빠집니다
→법의 보호가 원천적으로 닿지 않는 임대차 형태가 임대료를 밀어올리는 구조입니다. 반면 경리단길은 최근 임대료 상승률이 거의 정체돼 있습니다
→자본이 이미 다음 동네로 옮겨갔다는 뜻입니다.
2026 1분기 성수동 임대가격지수 상승률
109.1%
전국 1위 — 압구정·용산 제침
연무장길 10평 미만 1층 점포 월세
2,400만원
평당 약 280만원 — 서울 평균의 16배+
출처: 한국경제·어패럴뉴스·헤럴드경제(2026)
성동구 조례 — 드물게 부분적으로 통한 사례
2015년 성동구가 만든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는 2021년 국무회의 의결로 「지역상권법」이라는 전국 법률로까지 승격됐습니다
→조례가 법률이 된 드문 사례입니다.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에서는 건물주의 62.4%가 상생협약(임대료 동결·인상 자제)에 참여했고, 2017년 하반기 계약갱신 때는 참여 지역의 78.1%가 임대료를 동결했습니다
→인상률도 전년 대비 13~14%p 낮아졌습니다.
조례 → 전국 법제화
2015→2021
「지역상권법」으로 승격 — 드문 사례
성수동 상생협약 참여율
62.4%
255개 상가 중 159개 건물주 참여
2017년 하반기 계약갱신 시 임대료 동결
78.1%
협약 참여 지역 한정
다만 이건 협약에 참여한 지역·건물주 한정 효과입니다
→강제력 없는 자발적 협약이라, 위에서 본 성수동 전체의 임대가격지수 109.1% 폭등(2026 1분기)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통했지만 전체 흐름은 못 막았다"가 정확한 평가입니다.
출처: 서울신문(2021.7)·성동저널 상생협약 성과 보도
법이 왜 강남·성수동엔 안 먹히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임대료 인상 상한(연 5%)과 10년 갱신권은 서울 기준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9억원 이하 상가에만 전면 적용됩니다
→강남이라고 법이 예외를 둔 게 아니라, 강남·성수동 고가 상가의 임대 조건 자체가 구조적으로 이 기준을 넘어버려서 법의 보호망 밖에 있는 것입니다. 9억원을 넘어도 대항력·권리금 보호 같은 일부 조항은 적용되지만, 정작 핵심인 임대료 상한선은 빠집니다.
서울 환산보증금 기준
9억원
이하만 법 전면 적용(임대료 5%↑ 상한 등)
강남 고가 상가
구조적으로 기준 초과
법이 예외를 둔 게 아니라 조건 자체가 안 맞음
출처: 찾기쉬운생활법령정보, 스매치인사이트 환산보증금 기준 분석
그럼 결국 자멸하나? —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는 불확실
공실을 고집하던 건물주가 결국 대출 부실로 무너지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상업시설 경매 신청이 2026년 4월 8,252건으로 역대 최다, 2026년 1분기 전체 부동산 경매 신청은 30,541건으로 13년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임대료를 안 내려서" 생긴 결과인지, 고금리·소비패턴 변화라는 별개 요인 때문인지는 이번 조사로 인과관계까지 가르지 못했습니다
→상관관계만 확인되고 인과는 불확실합니다. 없는 인과를 있는 것처럼 쓰지 않습니다.
상업시설 경매 신청 (2026.4)
8,252건
역대 최다
2026 1분기 전체 부동산 경매 신청
30,541건
13년래 최고
출처: 한경매거진·한국경제(2026) 부동산 경매 신청 통계
혁신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 강남 vs 지방·차고
도시학자 제인 제이컵스의 명제: "낡은 아이디어는 새 건물을 써도 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는 반드시 낡은 건물을 써야 한다." 신축·고임대료 지역은 회수 기간이 짧은 검증된 사업만 감당할 수 있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실험은 그 고정비를 못 버틴다는 논리입니다. 중국 데이터를 쓴 실증연구(PLOS ONE 등)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집값 상승은 생계형 창업에는 유의미하게 부정적이었고, 기업들이 본업 대신 부동산에 자원을 돌리는 경향도 함께 확인됐습니다(다만 이 연구가 직접 측정한 건 "생계형 창업 위축"이지, "혁신 전반의 억제"라는 더 넓은 결론까지 그대로 늘려 쓰기는 어렵습니다).
교촌치킨 창업지
대구·경북
2000년대 수도권 진출 후 2002월드컵 계기로 전국구 브랜드
교촌 매장 수 (2001→2003)
280→1,000개
간장치킨이라는 새 카테고리를 지방에서 먼저 검증
HP 창업 (1939)
팔로알토 차고
지금의 실리콘밸리는 당시 과수원 지대 — 헐값 부지
스탠퍼드 산업단지 조성
1951년
"낡은 건물"은 아니지만, 저렴한 임대료로 스타트업을 유치한다는 같은 논리의 신규 조성 부지였음
출처: Jacobs,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 PLOS ONE 2023 (China housing price & entrepreneurship) · 교촌에프앤비 연혁 · Stanford Industrial Park 1951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가 만든 "창조계급" 이론(고임대료·힙한 대도시가 창의적 인재를 모아 혁신을 만듭니다)은 정작 본인이 스스로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독립연구에 따르면 플로리다가 꼽은 상위 "창조도시"들이 하위권 도시보다 고성장 기업을 더 많이 배출하지도 않았습니다. 비판자들은 이 이론이 사실상 젠트리피케이션에 새 이름을 붙인 것이라 지적합니다
→창조계급이 유입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그 임대료가 정작 원래 그 동네를 만들었던 사람들을 밀어냅니다.
정직하게 밝혀둘 것 — 방향이 안 맞는 사례도 있다
팀홀튼은 2023년 12월 강남 신논현역에 한국 1호점을 냈고, 2025년 6월 인천 청라점을 첫 폐점했습니다
→그런데 폐점한 곳은 강남이 아니라 인천이었고, 회사 측은 "철수가 아니라 다양한 상권을 실험하는 과정"이라며 폐점 이후에도 매장을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카페베네의 몰락도 실제 원인은 브랜드 정체성 부재·무리한 매장 확장·단기 수익 위주 경영으로 분석되지, "강남 고가 매장에서 시작해서"라는 서사를 직접 뒷받침하는 자료는 이번 조사로 찾지 못했습니다. 지방발 혁신 사례(교촌)는 뚜렷하지만, "강남에 하향식으로 심으면 반드시 망한다"는 반대 방향의 인과까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상관관계의 방향은 있어 보여도, 개별 실패 사례를 전부 이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종합 판정
사법처리로 없어질 문제가 아닙니다
→임대료를 안 내리는 건 그 자체로 불법이 아니고, 사유재산권 안에서 벌어지는 합리적 계산입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이 계산법이 바뀌지도 않습니다. 성동구 사례가 보여주는 건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 상생협약 + 법제화"가 부분적으로는 통한다는 것
→완전한 해법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실측으로 확인된 개입 방식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환산보증금 기준을 현실화해서 강남·성수동 같은 고가 상권도 법의 보호망 안에 넣는 것 외엔 뚜렷한 답이 안 보입니다
→이것도 처방이지 확정된 해법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발로 하는 선택뿐입니다: 임대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가게보다, 그 압력에서 자유로운 동네·가게를 찾아가는 것.